얼마전에 홈플러스 갔다가 백석대학교 정시모집 광고 보고 풀어보는 옛날이야기...
진짜 내 흑역사라
가족과 친한 동기 몇명만 아는 이야기인데
익명이니까 풀어본다ㅎㅎㅎ
(혹시 나 아는 사람은 모르는척하고 지나가주세요, 제발...)
그래도 나름 합격썰이니까
수험생분들은 기 받아가세요!!
나는 서울에 있는 평범한 고등학교 졸업했다 (이과)
고1 1학기 첫 중간고사를 보고
학종은 나의 길이 아님을 일찍 깨닫고 수능에 집중했다
하지만...
수능을 거하게 말아먹고 재수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본 모의고사 통 틀어서 수능점수가 제일 안 좋았다 )
재수를 어찌저찌 끝내고 논술고사를 보러 여러학교를 돌았다
이제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내 기억에 아마 지원한 학교 중에
이화여대 논술 일정이 가장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내 고사장은 이화여대 근처에 있는 이화금란고등학교였다
하도 시험을 많이 보니 고사장 확인하는 것도 지긋지긋했다ㅋㅋㅋㅋ
시험보기 하루 전에 컴퓨터로 고사장 대충 확인하고 몇학년 몇반에 가야하는지 기억해뒀다
기억만 해두고 써놓지 않았는데
써놓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여러분은 고사장 꼭 정확히 써놓으세요!!!)
늘 그랬던 것처럼 수험장(이화금란고등학교)에 미리 도착해서 교실을 찾아갔다
보통은 책상에 수험번호와 수험생 이름이 적힌 스티커가 붙어있는데 특이하게 그렇지 않았다
수험번호대로 교실만 나눴지 교실 안에서는 자율좌석이었다
빨리 도착했어서 교실에는 수험생이 몇명 없었고
마음에 드는 자리로 골라 앉았다. 앞에서 3번째 줄이었던 것 같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애들이 슬슬 오기 시작했고 각자 마음대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근데 내앞에는 아무도 안 앉았다...나한테 냄새났나ㅠㅜ
감독관이 왔고 여전히 내앞은 텅 비어있었다ㅋㅋㅋㅋ 한반에 30 좌석쯤 있었고 결시가 5명이었는데 내앞에 빈자리가 두개ㅋㅋㅋㅋㅋ
(논술은 알다시피 경쟁률이 보통 몇십대 일인데
이때 내 기억으로 4~50대 1이었다. 그니까 두 교실당 한명씩 붙는거다)
논술 시험지를 받고 열심히 풀었다. (이과니까 당연히 수리논술이었음) 난 수학은 항상 1등급이었기 때문에 자신 있었고 또 답안도 술술 잘 써졌다.
문제 푸는 동안 감독관은 신분확인을 하는데
내가 거의 절반쯤 풀었을 때 내 차례가 왔다. 내 앞이 빈자리였기 때문에 감독관이 내 수험표와 신분증을 빈책상에 놓고 확인했다.
근데 다른 학생들보다 확인시간이 좀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기야는 감독관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서류를 뒤적뒤적거렸고 뭘 열심히 적고 갔다
'신분증이랑 다르게 생겼나? 재수생이라 그런가?'
논술 쓰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문제 푸는 데에 다시 집중했다
어찌저찌 문제를 다 풀고 답안까지 다 썼는데
솔직히 수석할 줄 알았다ㅋㅋㅋㅋㅋ
'이건 수석각ㅎ'이러면서 검토를 몇번 더 했고
그럼에도 시간이 남아서 놀러다닐 계획 짰다..
시험이 끝나고 시험지를 걷어간 감독관이 "@@학생은 가방 챙겨서 나오세요"라고 했다.
그러더니 나머지 학생들은 다 집으로 보냈는데 진짜 너무 당황스러웠다.
학생들은 다 나가고 감독관이 짐을 정리하면서 "@@학생은 고사장을 잘못 들어왔어요..."라고 하는데
와ㅋㅋㅋㅋㅋㅋ
이게 뭔가 싶었다ㅋㅋ'논술 겁나 잘 썼는데...이렇게 떨어지는구나 '라고 생각할 때쯤 감독관이 1층 가서 사진 한방 찍고가라고 했다
(불이익 있냐고 물었는데 아마 시험 본 교실은 달라도 지원한 과가 같아서 시험지도 같기 때문에 불이익은 없을 거라고 했다)
감독관 따라서 1층 사진찍는 곳에 내려갔더니 학생들과 감독관들이 꽤 있었다
다 나같은 애들인가ㅎㅎ하면서 줄을 섰는데
다른 감독관이 모두에게 "수험표를 얼굴 옆에 들고 사진을 찍어야하고 3일내에 신분증을 들고 입학처에 오세요" 라고 했다 (입학처가 아닐 수도 있다/너무 오래돼서 사실 기억이 안남)
대충 들어보니 거기 내려온 애들은 다 신분증을 안 가지고 온 애들이었다ㅋㅋㅋㅋㅋ
어쨌든 해리포터 아즈카반의 죄수에 나오는 죄수처럼 수험표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근데 나는 신분증이 있는데 3일 내에 또 방문해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거기 있는 감독관한테 물어봤다
"저는 신분증 있고 다른 고사장에서 시험봐서 여기 온건데 3일 안에 또 와야하나요?" 라고 했더니
감독관이 당황스러워했다ㅋㅋㅋㅋ
"조금만 기다려보세요"라고 하더니 본부로 뛰어갔다ㅋㅋㅋ잠시 뒤에 나오더니 "안 오셔도 돼요"라고 했다.
터벅터벅 나오는데 이미 대부분의 아이들은 다 가고 없어서 나오는 길이 한적했다...
나오는 길이 언덕이었는데 다 내려갈 때쯤 학교 문앞에 엄마가 있었다
아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왜이렇게 늦게 나왔냐고 물어보길래 있었던 일을 다 얘기했다ㅋㅋㅋㅋㅋ엄마가 황당해했다ㅋㅋㅋㅋ
그날 저녁에 집에 가서 생각해보니 너무 찜찜했다
뭔가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9시가 딱 되자마자 입학처에 전화해서 교실을 잘못 찾아가서 시험을 봤는데 불이익이 있냐고 물었다
불이익 없다고 했다
그러면 신분증 가지고 방문해야하냐고 물었더니
그럴 필요없다고 했다
여전히 찝찝하고 불안했지만 어쩌겠는가...
시간이 지나고 합격자 발표날...
정오에 발표였는데 오전 10시쯤 합격자 확인하라는 문자가 왔다
들어가 보니 합격이었다ㅎㅎㅎ
근데 수석은 아니었다/ 걍 일반합격ㅎ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이화여대는 논술전형도 내신비중이 꽤 높고, 합격자 내신 평균이 1.1~1.3이었다(산출방법이 좀 다르다고 한다)
나는 내신은 신경 안 쓰고 학교생활을 해서 잘은 모르지만 여튼 내신에서 1등급은 수학, 물리, 화학말고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ㅋㅋㅋㅋ
그럼에도 붙었으니 논술을 잘 쓰긴 썼나보다ㅎㅎ
고사장을 잘못 들어가서 시험을 봤지만
합격했고 잘 다니고 있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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